통상의 시기와는 달리 대전환기의 미래는 불확실성과 함께 다가온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한 한 사회의 비전과 전략도 단순히 옛 것을 수리하거나 재포장하는 차원에서는 마련될 수 없다. 우리는 21세기의 다양한 위험과 가능성에 대해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동해야 하며, 사고와 실천의 영역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여러 담론간(談論)의 경쟁도 활발하다.
그러나 ‘현실화 될 21세기’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천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어떤 미래인가’라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지금 무엇을 바꾸어내야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큰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즉 ‘21세기를 향한 표류’가 되지 않으려면 ‘21세기를 위한 기획’뿐만 아니라 ‘오늘날 과도기의 기획’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현 시점 한국사회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지나갔으나 부딪쳐 되돌아오는 구 시대의 물결, 우여곡절 끝에 위로부터의 제한적인 진화의 길로 귀착된 민주화의 물결, 그리고 세계화와 탈산업주의적 신문명의 물결이 삼각파도 마냥 굉음을 내며 부딪치고 있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기묘하게 착종(錯綜)되어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세계화, 정보화가 운위되는 마당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전근대적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탈근대의 과제가 일정에 놓이는데도 합리적 규칙과 관행의 확립이라는 근대의 기본적 과제마저 아직 달성이 요원한 실정이다. ‘문민’대통령이라는 수사(修辭)에 어울리지 않는 비문민적 통치행태가 우리를 황당하게 만든다. 이제 막 군사독재와 성장지상주의적 파행의 그림자를 거두자고 하는 판에 30여년전 쿠테타의 주역들이 반도 남쪽의 허리부분을 송두리째 장악한다. 21세기형 새 정치모델이 강구되어야 할 판에 케케묵은 지역할거주의가 더욱 퇴행적 모습으로 기승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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