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예찬론
옛날 어머니들이 며느리 될 색시의 선을 보고 와서 하시는 말씀 중에, 흔히 「그 색시 인물도 잘 생기고 체격도 훌륭한데 얼굴에 먹물이 전혀 들어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하시던 것이 있다. 젊은 색시의 얼굴에 먹물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며느리 감으로서의 흠이 된다는 말은 다름 아닌 <지성미>의 결핍을 탓하는 것이었다. 얼굴 바탕을 아무리 잘 타고 났다 하더라도 책과 먹과 붓을 가까이 해서 지성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지성을 연마하고 이성을 개발하는데 있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써 그 큰 근본을 삼았던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또 <신언서판(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옛날 과거제도가 실시되기 전에 나라에서 인재를 골라 쓸 때 적용한 기준으로, 사람을 가릴 때 외양, 언변, 글재주, 판단력 순으로 사람을 뽑는 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외양과 언변은 빨리 남에게 실망을 주지만, 글(文章)과 지성(判斷力)은 비교적 믿을 만한 것이다. 사람의 얼굴과 말은 자연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만, 문장력과 판단력만은 누구나 오랜 시일을 두고 각기 깨달음에 의한 각고 면려 끝에 얻어지는, 그야말로 피와 땀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인간생활에 있어서 이렇듯 귀중한 문장력과 판단력, 즉 일체의 지성은 어떻게 해서 얻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니 책의 고맙고 위대함이 실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성의 힘이 위대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과 지성의 힘이 역사를 창조한다는 뚜렷한 실증을 보여주지 않고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아무리 책읽기를 권해도 별로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지성을 연마시키려면 먼저 기성세대가 스스로를 반성하고, 사회 풍조를 개선해 가는 것이 선결 문제다. 책과 지성이 천시되는 사회에서는 독서란 한낱 어리석은 자의 도로(徒勞)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