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에서 탐구된 인간 행동의 다양한 영역들 가운데 정신분석비평이 눈여겨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소설 속에서 묘사된 낭만적 관계다. 물론 정신분석학이라는 렌즈로 이 소설을 보지 않더라도, 《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주인공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사랑이 갖는 힘과 인내다. 그리고 수많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소설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 꼽히는 이유도 그러한 정서적 이끌림에 있다. 실제로 《위대한 개츠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읽지 않는 다수의 비평가들은 제이 개츠비를 이 소설의 나머지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낭만적 영웅1)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개츠비와 데이지의 로맨스와 관련하여 정신분석학적 독법이 주목하는 부분은 두 사람의 관계가 갖는 명백한 독특성이 아니라, 그 관계가 그 이외의 흥미가 덜한 모든 연애 관계, 이를테면 톰과 데이지의 관계, 톰과 머틀의 관계, 머틀과 조지의 관계, 닉과 조던의 관계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 점을 살펴보면 심리적 행동 양식이 어떻게 서사 전개의 커다란 원동력으로 작용하는지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보게 되겠지만, 이 같은 행동 양식은 등장인물들이 갖는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즉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가 결국에는 정서적 충격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무의식적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신분석학이라는 렌즈를 들이대면, 그러한 심리적 문제가 《위대한 개츠비》 구석구석에 너무나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는 정신분석학적 독법을 거치면서 파행적 사랑을 다룬 한 편의 심리극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톰과 데이지의 결혼 생활을 살펴보자.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관계란 어떤 것인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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