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학교 규모가 비록 작지만 외국어의 본산인 ○○ 외국어대학교의 일본어과를 지원했던 이유는 심심하면 늘 가던 경복궁에서 단체 관광으로 몰려오는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던 어렸을 때의 작은 소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관광객들 앞에서 유창하게 얘기하는 멋진 언니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은 탓도 있는 듯합니다.
2남 2녀의 단란한 가정의 셋째 딸로 태어나 자상하신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구김살 없이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 입니다. 이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학교 행사나 발표회에는 대표로 나가 발표를 했고, 이런 경험으로 남 앞에 서는 것에는 자신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남 앞에 자신 있게 서는 것에 자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목표에 수정을 가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방학 중에 한 일본 중년 부인의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 중년 부인과 우리 나라의 여러 사적을 둘러보면서 저와 그 부인중 누가 가이드인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적의 옛이야기나 전설, 그 외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에 저는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저는 일본어 자체에 매몰되었던 좁은 시각을 버리고 가이드로서 가져야 할 소양 즉, 역사, 문물, 풍속 등에 대한 책을 탐독했으며, 일본인을 이해하기 위한 서적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차 저는 가이드라는 직업에 관한 실체를 파악했습니다.
결코 '언어'를 매개하는 단순한 매개자가 아닌 우리의 대상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이해시켜 주는 외교 사절단 수준, 아니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