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내가 살아오며 경험한 삶 속의 노동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한다.
내 삶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동은 집안일과 돌봄 노동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 그 노동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는 이 점에서 노동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노동의 의미는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결국 내가 내 삶을 통해 배운 노동의 의미는 이것이다.
다만 그 노동이 의미 있으려면, 노동하는 사람이 너무 쉽게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강상준의 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이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공동체의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다.
또한 책의 목차를 보면 제2부행복하려면 아래에 왜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라는 장이 배치되어 있어 노동이 단순한 경제활동을 넘어 행복과 불행의 구조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 6장의 문제의식에 기대어, 왜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내 삶에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의 경험을 산업복지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면서, 노동이 인간의 삶과 공동체 유지에 갖는 가치, 그리고 그 노동이 존중받기 위해 어떤 사회적 조건이 필요 한지를 함께 성찰하고자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커서 노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회는 늘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은 모두 누군가의 삶을 떠받치고 내 삶을 겨우 굴러가게 만든 노동의 시간이었고, 그 안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었다.
청소도 단지 바닥을 쓸고 닦는 일이 아니라 생활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이며, 돌봄은 몸만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기분과 상황을 읽고 맞추어야 하는 감정노동을 포함한다.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감각이 좋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고, 늘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했고, 나의 몸 상태나 기분과 상관없이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의 많은 일들이 보이지 않는 노동의 연속 위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노동은 내가 누군가의 삶에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였고,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는 행위였다.
두 번째로 노동은 내게 관계의 의미를 가진다.
내가 만든 식사는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고, 내가 정리한 공간은 누군가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게 하며, 내가 맡은 일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줄여준다.
세 번째로 노동은 내게 자존감의 의미를 준다.
하지만 반대로 내 노동이 실제로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노동은 내가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준다.
누군가 내 도움으로 편안해졌다고 말할 때, 내가 한 일이 분명한 결과를 만들었을 때, 반복적인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때 노동은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모든 노동이 같은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 어떤 노동은 너무 쉽게 천시되고 어떤 노동은 과장되게 높게 평가된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나는 노동의 의미를 개인 차원에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다섯 번째로 노동은 내게 성찰의 의미를 준다.
나는 이 점에서 노동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산업복지론의 관점에서 노동을 다시 보면, 내가 경험한 많은 장면들이 개인의 성실성이나 인내의 문제로만 해석될 수 없다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을 생각할 때도 산업복지의 시선은 중요하다.
아이가 자라고, 노인이 돌봄을 받고, 환자가 회복하고, 노동자가 다음날 다시 일터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돌봄 노동 덕분이다.
나는 이 점에서 산업복지가 임금노동자만을 위한 보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산업복지의 관점은 노동자를 개인이 아니라 생활인으로 본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내가 삶 속에서 경험한 노동의 피로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그 일이 삶 전체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 이었다.
운 삶과 연결되기보다, 종종 존엄을 깎고 불안을 키우는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만약 노동이 적정한 보상과 사회적 존중, 안전, 휴식, 돌봄의 분담,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보장받는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노동을 지금보다 덜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누가 더 많이 버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가, 그 노동은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그 사람은 그 노동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노동을 존중한다는 말은 열심히 일하라고 독려하는 말이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이 존엄을 잃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어야 한다 .
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 6장 왜 노동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라는 질문은 내게 노동을 다시 보게 만든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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