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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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도 없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 뭘 배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교과서처럼 저자가 나를 가르치려는 의도도 없다. 요즘은 어떤 테마로 여행하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이 책처럼 돈 없이 여행한다거나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처럼각국을 돌며 물건을 파는 여행 등이 이런 경우다. 하긴 그냥 하는 여행자체는 이제 식상하긴 하다. 저자의 여행에 동참하여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고, 새삼 사람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꼈다.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을 읽고
나는 매주 월요일마다 교보, 예스24, 알라딘 등의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닌다. 오프라인 서점은 너무 멀어 인터넷 서점만 방문한다. 만약 월요일에 못하면 어떻게든 그 주에 한 번은 꼭 인터넷 서점에 들른다.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우연히 눈에 띈 게 미하엘 비게의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이다. 국내 무전 여행하는 사람은 간혹 있지만, 세계여행을 돈 없이 했다는 데 호기심이 생겼고 그 방법을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감동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그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책을 신청했고 책을 받자마자 저자의 비법을 빨리 알고 싶어 방바닥에 편하게 누워 금세 다 읽었다.
문득 자신의 지나온 삶에 의문을 던지는 때가 있다. 의식적인 의문이 아니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떤 영감이 떠오를 때처럼 순간적으로 번뜩 일어나는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저자 미하엘 비게는 베를린에 사는 36살의 프리랜서 방송 리포터이다. 흥미롭고 독특한 콘셉트의 다큐멘터리로 여러 차례 방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도 2009년 5월 어느 날 문득 그의 삶에 의문을 던졌다. 그의 표현대로 닭이 되어 있는 그의 모습을 그날 처음 본 것이었다. 그러나 동화 `미운오리새끼`에서 오리가 오리가 아닌 백조였듯이 그도 처음부터 닭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매로 태어났다. 3킬로미터 밖에서 뛰어다니는 토끼와 들쥐를 보고 그들을 전광석화처럼 날아서 낚아챌 수 있는 매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 닭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결국 30센티미터 앞의 모이에 혈안이 된 닭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는 다시 매로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매가 되기 위해 그 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구속하고 옭아매는 `돈`과 `시간`에 제대로 한번 맞짱을 뜨기로 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인 때라 아마도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2009년 6월 21일 그의 무모한 세계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여행에서 그는 150일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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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 / 미하엘 비게 지음 ; 유영미 옮김 /서울 : 뜨인돌, 2011 /원표제: Ohne geld bis ans ende der we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