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암묵적(implicit)기억부터 갖게 된다. 암묵적 기억이란 정서적, 행동적, 신체감각적, 지각적, 비언어적 기억으로 대개 우측 뇌에 저장된다. 이러한 기억체계를 갖고 있는 아기는 시간 개념이 없고, 자아개념도 없다. 외현적(explicit) 기억은 나중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시간에 따른 자아인식을 할 수 있는 외현적 기억을 하기 위해선 의식적인 자각과 집중하는 주의력이 필요한데, 이때 해마의 정보처리과정이 관여한다. 태어나서 세 살까지는 해마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때의 기억은 우측 뇌의 편도체에 암묵적 기억으로 저장된 채 남아있고, 외현적 기억으로는 입력되지 않는다. 이를 '유아기 기억상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때 일어난 일을 이야기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신체반응과 같은 암묵적 기억으로만 떠올릴 수 있다.
아동기 초기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심리적 외상은 뇌반구의 정보처리기능을 분열시킨다. 언어와 움직임을 통제하고, 단어와 기호를 조정하며,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가진 좌측 뇌가 차단되기 때문에 기억은 우측 뇌에 암묵적 기억의 형태로만 입력된다. 즉 외상의 기억은 신체감각과 강렬한 정서 상태로 조각조각 분리된 채 그대로 남아 있으며, 순차적인 이야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공포가 정보를 처리하는 해마를 차단하기 때문에 정보가 외현적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암묵적 기억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자신의 삶에서 만날 때마다 그 기억이 다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성인들을 EMDR로 치료할 때 자주 이 같은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들은 신체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현재에서 생생하게 느끼며 그것이 지금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것이라는 감각을 잃게 된다. 어린 시절의 심리적 외상은 좌측 뇌의 언어중추와는 분리된 채 우측 뇌에 저장된다. 우측 뇌는 부정적인 감정의 상태를 그대로 저장하고 있다. 성인 환자의 경우 최근의 심리적 외상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연상 고리가 발견된다면, 인생 초기의 심리적 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린 시절의 심리적 외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쉽게 생기는 근본 원인이 된다. 만일 어떤 심리적 외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현재의 사건은 순응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반대로 인생 초기의 심리적 외상을 가지고 있다면 각각의 심리적 외상은 개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외상기억은 일반적인 기억과는 다른 방법으로 뇌에 저장되어 있다. 외상을 입는 동안 그 기억의 조각들은 서로 합쳐지지 않는다. 외상이 정보의 통합과정을 얼어붙게 하므로 다른 보통 기억들처럼 정보가 도식(schema)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심리적 외상은 경험의 평가와 분류, 그리고 전후의 관계 파악을 방해한다. 외상기억은 변연계에 있는 뇌의 뒷부분에 암묵적 기억의 형태로 저장된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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