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 전쟁.hwp
2. 전쟁.pdf
전쟁
전쟁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을 중심으로

-들어가며-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군에서 벌어진, 그곳 인구의 1/4인 3만 5천 명이 미군에 의해 총살당한 ‘신천 대학살’이라 명명된 민간인 학살 사건. 피카소가 그린 위 그림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림에서는 두 무리의 사람이 극명히 대비된다. 그림 왼편의 비통한 표정의 여인들 그리고 그런 여인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과 그림 오른편의 총과 칼을 들고 갑옷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칼과 총을 든 오른쪽은 나쁘고, 비무장 상태인 여인들은 죄가 없다고. 물론 비무장한 사람에게 총격을 가한 쪽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이 총구를 겨누게 되었나에 대한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총을 들고 있는 오른쪽의 사람들도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남편이란 삶을 영유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전쟁을 일으키고 싶다!’며 스스로 총을 들었다 그리고 여자와 아이들을 학살하고 싶어서 방아쇠를 당겼다 과연 전쟁이란 상황에서 완벽한 가해자와 완전한 피해자란 존재하는 것일까 애초에 전쟁은 왜 일어나야 하는가
이런 의문을 품은 다섯 쌍의 시선은 피카소의 그림을 향한다. 모두 같은 그림을 향하고 있지만, 저마다 살아온 궤적이 다르듯 그림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맨 끝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소녀의 표정을, 비무장 상태의 여인들을, 기계 같은 군인들의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는 군인의 가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가면을 바라보던 사람은 생각한다. 군인은 왜 가면을 쓰고 있을까 가면 아래 그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혹시 그들의 총 끝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1. 누구를 위하여 피를 흘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