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_겨울_무지개_작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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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_겨울_무지개_작품론
/이원규/ 겨울 무지개 작품론
인간을 신뢰하는 낙관적 리얼리스트
김숙

나무가 잎사귀를 일제히 틔우고 있다
감겨 있던 무수한 눈들이 눈을 뜨는 순간이다
나무 아래서 나는 나무를 읽는다
이 세상의 무수한 경전 중에서
잎사귀를 틔우는 순간의 나무는 장엄하다


새들도 이 경전을 읽으려고
나무 기슭을 찾는 것이다
새들이 끌어당기는 나무의 힘!
나는 그 힘을 동경한다
―김충규 시 「나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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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계량(計量)한 듯한 시간만을 할애하고 자리를 뜨려는 그를 몰아붙여 다시 카페 <오르세>로 갔다. 굳이 <오르세>를 택한 것은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은행나무 길이 보기 좋아서이기도 했고, 그 집의 상징과도 같은 리트리버 종 늙은 개 주디의 안부도 궁금해서였다. 구석에 웅크린 채 졸고 있던 늙은 개를 쓰다듬고 있는 동안 그는 차를 주차시켰다. 꽤 오랜만이었는데도 <오르세>의 은행나무와 늙은 주디는 변함 없이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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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읽은 것까지 합치면 나는 그의 데뷔작 「겨울 무지개」를 세 번 읽은 셈이 된다. 그를 처음 만난 1998년에 다른 사람 책을 빌려서 한 번 읽었고, 2000년에 그가 누군가에게 주려고 사인해 놓았던 면지를 북 찢어내고 다시 내 이름을 써서 준 소설집 『깊고 깊은 골짜기』로 또 한 번 읽었으므로.
「겨울 무지개」는 읽을 때마다 나를 강한 흡인력으로 끌어당겼다. 컴퍼스와 자 따위의 용구를 적당히 사용해 제도한 도면 같은 빈틈없는 구성과 군더더기가 없고 절제된 문장,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짙은 서정성 그리고 읽고 난 후의 서늘한 감동, 이런 장점들이 『월간문학』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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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