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이후 IMF 체제에 놓이게 된 최근까지 잇따른 일련의 대기업 부실 경영과 도산에 대한 소식은 우리의 기업문화에 잠재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사정이다 구조조정이다 하면서 그 진상이 밝혀지고 그러한 행태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일부 재벌급 기업들은 아직까지 40년 가까운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획득한 초기자본주의의 천민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정경유착의 로비문화, 비자금조성, 차입경영, 문어발경영, 탈세경영 등 온갖 불건전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재계는 우리의 자본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선진국형 기업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우리가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 국제적 기업윤리와 규범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와 있으므로 재계의 변명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어차피 우리의 기업들도 국경 없는 국제경쟁시대에 걸 맞는 게임의 룰을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생존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대기업들이 건전한 자본주의 윤리와 투명한 경쟁규범을 갖추지 않을 경우 남북분단상태의 이념갈등을 유발시켜 체제유지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요즘 우리 국민들이 일부 재벌급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행태와 정경유착의 부패관행에 대한 실체를 보면서 성실한 근로자세와 생활자세를 잃고 있으며,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하에 정리해고와 소득감소 등 모든 벌을 뒤집어쓰고 가계가 무너지면서 반기업적 성향을 노골화시키고 있는 것을 보아도 천민자본주의가 체제유지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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