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든 글을 읽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여 느낀 점을 쓰라고 하면 막막해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맘속에서 받은 감동을 글로 다 담아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느낀 것의 1/10 도 담아내지 못해 속상해 하곤 한다. 글재주가 없는 나로 써는 이런 감상문 숙제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왕자 는 많이 알려진 책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어렸을 적에 읽은 것을 포함해 족히 3번 이상은 읽었다. 아무 느낌 없이 그저 줄줄 읽어 내려가기만 한 첫 번째와,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시간이 자꾸 길어지며 생각하는 시간 역시 길어지게 된 요즘 느끼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어린 시절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여우와 어린 왕자와의 대화 였는데,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가 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가 되면 흥분해서 들뜨고 설렐거야. 그렇게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잖아.
그때 나는 학원 친구를 짝사랑하던 중이었는데 학교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언제나 학원가는 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에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대사를 제일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짝사랑은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단순히 이 말이 좋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글귀를 펼쳐보며 혼자 뿌듯해 하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