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는 <포스트모던>이란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는 분명 다소 과장된 표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장된’이란 평가에는 다름아닌 우리 인문사회과학계의 무능력이란 비밀이 숨어 있다. 다시말해 신문,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는 연일 ‘포스트모던한 문화현상’에 관해 떠들고, 사람들의 일상적인 담론속에서 무언가 변화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에 대해 아무 거리낌없이 ‘포스트모던’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상황 속에서, 그러한 현실이 현재의 한국에서 무엇을 의미하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부족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물론 포스트모더니즘 자체에 내재하는 어려움이 있다. 즉 무엇보다도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원성과 상대성 그리고 비결정성을 기본적인 철학적 입장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특징적으로 어느 한 개념으로 정의되기를 거부한다(김욱동 1990 b). 더군다나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본질이 규정되기도 전에 먼저 시중에 떠도는 일상어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문제는 한결 더 어려워진다1)1) 이합 핫산(Hassan, I.)은 이것의 원인으로 후기산업사희의 어디에나 편재해 있는 백색소음의 역할을 지적한다. 이합 핫산의 책(1991) 서론 참조.
.
실제로 1980년대 후반의 도입기의 국내의 상황은 김성곤, 정정호, 김욱동, 권택영 등의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사회과학적 논의는 1990년에 가서야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에야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룬 연구서들과 편역서들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 연구의 범위는 문학예술 분야뿐 아니라, 철학, 사회이론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연구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포스트모던 현상’을 능가하지 못한 채 혼란 속에서의 모색의 과정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