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또는 버스 안에서 만나는 ‘노인’
내가 가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생각은 지하철 노약자석에서부터 시작된다. 언젠가부터 지하철 경로석은 나의 불만 대상이었다. 양보는 어디까지나 미덕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너 일어나”라고 버럭 고함치셨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는 물론 노약자석도 아니었고, 그 할아버지는 내 앞에 서 계시지도 않았었다. 한쪽 구석에 멀찌감치 서 계시던 할아버지는 내 앞에 앉아있던 한 학생이 그 앞에 서있던 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보시더니 대뜸 나에게 다가오셔서 다짜고짜 일어나라고 명령하신 것이었다. 순간 나는 매우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고, 그 할아버지는 마치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듯한, 너무도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그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났다.
나는 스스로 노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존경받고 자신을 대접해줘야 한다고 믿는 노인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 노인이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 앞에서 새치기를 해도 되고, 노인이기 때문에 지하철 노약자석은 항상 당신들 차지이며, 노약자석이 다 찼을 경우 슬금슬금 다른 자리 앞으로 가서 앉아있는 사람들과 애써 눈을 맞추려는 분들이 정말 싫다. 자신이 앉아있는 노약자석 앞에 서있는 임산부에게 자리한번 안 내준 사람들이라면 과연 남에게 자리를 양보 받을만한가..이런 생각에서 나는 노인들을 “뻔뻔스럽고 이기적이며 몰지각”한 사람들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먼저 들어가시라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순서를 지켜야지. 학생 먼저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때면 나의 극단적인 편견은 일순간 사라지긴 하지만, 내 경험상 자신들의 ‘한 몸’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